직장인 A씨는 이틀 전 새로운 회사로 이직했다. 입사 첫날을 무사히 보내고, A씨는 직원들과 함께 회식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들뜬 마음도 잠시, 이날 A씨가 회식자리에서 본 광경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시작은 평범하게 고깃집이었다. 그곳에서 지배인 B씨는 직원들에게 계속해서 술을 마실 것을 강요했다. 심지어 몸살이 난 직원에게도 술을 권했다. A씨는 B씨의 눈치를 살피며 불편하게 식사를 마치고, 2차 장소인 노래방으로 이동했다.

 

 

노래방에 들어서자 주임 C씨가 "여기 다들 경력자 아니냐"라며 "내가 아직 그쪽들 이력서를 안 봐서 모르겠는데, 신입처럼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빛으로 앉아서 눈만 말똥말똥 뜨고 있는 게 좀 웃기다"라고 했다. C씨의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는데, 때마침 집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A씨는 잠시 전화를 받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이어 통화를 마치고 A씨가 돌아왔을 때, 노래방 안에서는 남직원들과 여직원들이 필요 이상으로 붙어 앉아 허리에 손을 감은 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몇몇 직원들은 서로의 어깨에 자연스럽게 손을 얹거나 두 손을 맞잡고 있었다. 이를 본 A씨는 충격을 받았고, 자신이 이 자리에 회식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 술집 여자로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 상사들이 이런 상황을 제재하지 않고 함께 어울려 노는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

 

 

또한 다른 부서의 40대 직원 D씨가 "왜 여자들끼리 일자로 앉아있냐"라고 물었는데, A씨는 그 질문이 "왜 남직원과 여직원이 섞어 앉지 않았느냐"는 말처럼 들려 기분이 나빴다. 그뿐만 아니라 C씨가 계속 술을 권하며 "오늘 하루 종일 가만히 앉아있어서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알고 있는데, 회식자리에서도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앉아있을거냐"며 "그리고 아까 내가 이야기하고 있는데 전화 왔다고 나가버리더라, 직장상사가 얘기하는데 전화 오는 게 더 중요하냐"라며 A씨를 나무랐다.

 

C씨의 말을 들은 A씨는 말도 안 되는 텃세를 받는 것보다 가족의 전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A씨는 C씨에게 "이미 퇴근한 상태인데 제가 뭘 해야 되냐"며 "도대체 지금 뭐가 맘에 안 드시는 거냐"라고 물었다. 이를 본 다른 직원이 A씨를 말리기 위해 다른 이야깃거리를 꺼내며 화제를 돌리려고 애썼다.

 

 

하지만 C씨는 계속해서 A씨와 옆에 앉은 직원을 노려보며 "지금 내가 이야기하고 있지 않느냐"며 "내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느냐, 말의 의미를 잘 못 알아듣는 것 같다"라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노래방 안이 워낙 시끄러워서 C씨의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았고, A씨는 회식자리에서 신입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정말 남직원에게 술을 따르고 안주를 먹여주면서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등 비위를 맞추는 것이 신입으로서 해야 하는 일인지, 만약 그런 게 사회생활의 일부분이고 풍습이라면 누군가는 즐겁고 누군가는 불편한 풍습은 악습이 아닌지, 그러한 악습은 개선해야 하는 게 맞지 않은지 말이다.

 

 

이날 A씨는 반강제적으로 노래를 부르며 술을 마셔야 했고, 그렇게 불편하고 어색한 자리를 이어나갔다. 집에 돌아온 A씨는 회사를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C씨의 발언도 퇴사를 결심하는 데 한몫했지만, 그러한 회식자리의 풍습에 대해 아무도 만류하지 않는 모습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A씨가 신입답지 못하게 상사의 비위를 맞추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퇴사를 결심하는 게 당연한 일일까?

 

 

안혜선 press@daily.co.kr

• Category : 이론(論)저론(論)
• Tags : 직장인,직장생활,회사생활,신입사원,신입,회식,회식문화,이직,퇴사,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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